본문 바로가기

철인3종/대회후기

서울레이스 참가후기 (2)


배번과 스피드칩을 모두 달고 보니 어느덧 출발 시간이 다가옵니다. 풀코스 주자들이 달려나가고, 하프 주자들이 달려나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지인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간의 설레는 마음을 대화로 풀고있네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덩그라니 있는 저는 괜시리 스트레칭을 한 번 더하고, 주변을 할일 없이 돌아다닙니다. 다음에는 인터넷 동호회 같은데에 가입해서 아는 얼굴 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발대기선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합니다. 10키로를 대회에서 뛰면 어떨까? 주변에 사람이 참 많구나? 다른 사람들은 어느정도로 뛸까? 등등 어느덧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다른 사람들 틈에 끼어서 달려나갑니다.

사람들이 주로를 꽉 메우고 있어서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조바심에 요리조리 피해가며 달립니다.(나중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문득 GPS를 켜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GPS를 켭니다. 몇 미터나 측정이 안될까 가늠하면서 속으로 자신을 탓합니다.

페이스를 살펴보니 키로당 5분20초정도입니다. 워메 빠른거!! 이렇게 빨리달리면 안되는데...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주변의 에너지 덕분인지 처음 달리는 대회라 그런지 전혀 힘이 들지 않습니다. 1키로 정도를 달리니 주로가 좀 뚫립니다. 막혀있던 주로가 뚫리니 왠지 달려야 할 것 같아 앞에 가던 사람들을 하나 둘 제쳐가며 달려 나갑니다. 페이스는 거의 4분대에서 5분 초반대입니다.

2키로쯤 가니 힘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왠지 고수로 보이시는 분이 일행의 페메를 해주시며 5분정도의 페이스로 저를 추월해 갑니다. 아~몇 분전에 추월해 지나왔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뒤를 따라가 보지만 불과 몇백미터 못가 점점 멀어져갑니다. 하는 수 없이 5분30초 페이스로 목표를 정하고 GPS를 봐가며 달립니다.

아~첫번째 급수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인터넷에서 본대로 컵안에 손가락을 하나 넣고 주변을 다른 손가락을 잡는 식으로 컵을 잡습니다. 역시 인터넷에서 본 대로 한모금으로 입을 헹궈낸 후 나머지 물을 마십니다. 나름 멋지게 주로 밖으로 종이컵을 힘차게 던져버립니다.
핫핫핫!! 왠지 엘리트 선수가 된 것 같습니다.

우웨~ 물을 마시느라 호흡이 흐트러졌습니다. 심하게 헐떡거리며 다시 원래 호흡으로 돌아오는데 한참 걸립니다.연습에서는 한번도 달려보지 않은 페이스로 달리고 있습니다. 숨은 조금 차지만 아직은 달릴만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3키로를 조금 넘어서니 맞은편에서 10키로 선두주자가 달려옵니다. 그 괴물들을 보며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때문인지 별 감정이 없습니다. 지금은 내 한몸 추스르기도 힘들다. 쿨럭....

아~ 드디어 반환점이 보입니다. 어~어~어~ 뭐지?? 몸이 싸악 풀리는 느낌과 함께 "이제 좀 달릴만하군!!"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너스하이인 모양입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반환점 앞 급수대에서 멋지게 물을 마시고 자원봉사자 학생의 "화이팅 힘내세요.!!"라는 응원에 힘을 얻어 반환점을 힘차게 돕니다. 반환점을 돈 후 러너스하이는 끝이나고 다시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이제 절반을 왔으니 절반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문득 달리기에만 너무 열중해서 정신없이 앞만 본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봅니다. 주변에 함께 뛰는 사람들의 숨소리,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반대편 주자들, 한강물에 반짝이는 햇볕이 눈에들어옵니다.양팔을 벌리고 바람과 햇볕을 가득 끌어안습니다. 에너지가 다시 차오릅니다.

뒤에서 경쾌하고 가벼운 발소리가 들립니다. 스쳐지나가는..... 앗!! 여성 주자네요.
따라갑니다. 빠르네요. 힘을 좀 더 내서 따라갑니다. 한참 동안을 그 여성 주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달립니다. 아아... 속도가 떨어집니다. 더이상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점점 멀어져가네요.(후에 그분이 여성 3위 주자라는 것을 알고 위안을 삼습니다. ^^;)

달리다보니 어느새 피니쉬라인이 1키로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어느 지점 쯤에서 스퍼트를 할까 고민하다가 지금부터!! 최후의 1키로 부터 스퍼트를 시작합니다. 상체를 좀 더 앞으로 숙이고!!! 발 앞부분으로 착지를 하며!!! 팔치기는 단거리 선수와 같이 앞뒤로 크게 흔듭니다!!!
주변의 풍경이 확 바뀌며, 옆에 있던 주자들이 뒤로 멀어지고 앞에 달리던 주자들을 순식간에 제치며 앞으로 튀어나갑니다.

약1분간............. 네... 약 1분간 말이죠. ㅋㅋㅋㅋ
저에게 따라잡혔던 주자들이 다시 저를 제치고 지나갑니다. "뭥미?" 라는 표정입니다. 아~부끄.. 최후의 스퍼트는 300미터 앞에서 하기로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300미터 앞 입니다. 1키로 지점에서의 뻘짓으로 인한 데미지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스퍼트 할 힘이 없습니다. 억지로 힘을 조금 내서 보폭을 넓히고 팔을 좀더 빨리쳐봅니다. 왠지 동네공원에서 파워워킹을 하는 아주머니와 비슷한 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집니다.

골인지점이 보입니다. 아 큰일입니다. 골인세레머니를 어떻게 할지 생각을 안 해놨습니다. 들어가지 말고 주로에 쭈그리고 앉아서 골인 세레머니를 고민해볼까 하는 뻘생각이 듭니다만... 결국 양팔을 높이들고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는 전혀 개성없는 세레머니를 하며 골인합니다. 된장!!!

골인 후 숨을고르며 어쩐지 풀코스까지 쉼없이 달리게 될것 같은 불길하고도 길한 느낌 강하게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