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경기 - 수영컷오프
남기고 싶지 않은 기록이지만 꼭 남겨서 훈련을 게을리 하려는 마음이 들 때에 들춰보리라.
대회전날 - 공식수영연습
수영워밍업을 할 때에는 앞쪽 300m까지만 연습할 수 있도록 통제하여 코스를 모두 돌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m 한 바퀴를 다 돌도록 숨이 안터지고 가슴이 답답한게 뭐 왜이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초 한 바퀴 정도만 돌아볼 생각이었으나 불안한 마음에 한 바퀴를 더 돌았다. 마찬가지로 그다지 숨이 트이지 않는 느낌이다. 간신히 두바퀴를 돌아나오는 마지막에 숨이 조금 편안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워밍업을 마치고 쉬는 도중 어깨근육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숨을 빨리트이기 위해 스트로크를 너무 강하고 빠르게 했나 하는 생각이들며, 내일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온다.
대회당일 - 워밍업
전날 수영연습에서 느낌이 영 좋지가 않아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수영 워밍업을 다시 들어간다.
다행히도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것 같으나 왠지모를 불안감이 몰려온다.
심박을 한 껏 올리기 위해 스트로크 속도와 강도를 올린후, 낮은 강도로 복귀한다.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다.
대회 - 수영
롤링 스타트이다. 참가자들을 출발 순서대로 대기시킨 후,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 순서에 따라 계속 출발하는 방식이다.
스타트 라인을 지나면서 삐빅 소리가 들리고 그 때부터 기록이 카운트 되기 시작하니, 선수들이 빠르게 입수하고 급하게 출발을 한다.
나 역시 급한마음에 수경을 고쳐쓰고 바로 출발한다.
출발하자마자 오른쪽 수경에 물이 들어온다.10미터쯤 가다가 물위에 떠서 수경을 고쳐쓰고 다시 전진해 보지만 이내 곧 물이 차오른다. 그렇게 수경을 고쳐쓰기를 세번쯤 했을까? 입에서 쌍욕이 나온다.
어느덧 나와 함께 출발한 그룹은 멀어져가고 뒤에 출발한 그룹이 내 주변을 에워싼다.
수경을 고쳐쓰느라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해 보려 스트로크를 열심히 해본다, 적어도 주변 그룹에 밀리거나 내 느린 속도 때문에 나를 타넘고 가는 사람은 없다. 한 300미터쯤 갔을까? 제1부표가 선명하게 보일때 쯤... 숨이 차오른다.
오버페이스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페이스를 조금 낮추며 팔을 길게 뻗는 영법으로 바꾼다.
그런데 이게 웬일?
조류가 너무 강해 이런 방식의 영법으로는 도대체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어찌저찌 있는 힘을 다해 제1부표까지 왔는데, 다들 나와 같은 상황인지 1부표 근처는 목욕탕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앞사람의 발에 채이고 옆사람의 팔이 머리를 친다. 물을 먹고 허우적대는 틈에 조류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팔과 다리를 젓다보니 이미 원래의 페이스는 온데간데 없고, 수영도 아닌 물장구를 치고 있다.
멘탈은 무너지고 처음으로 부표를 잡고 매달린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시 팔을 휘저어 보지만 숨이 차올라 몇미터 못가고 쉬기를 반복한다. 하는 수 없이 숨이 진정될 때까지만 평영으로 가자고 생각하고 나아가보지만 이건 앞으로 나아가는건지 뒤로 밀리는 건지 모르겠다.
천신만고 끝에 2부표까지 왔지만, 조류는 그전보다 더 심해진 상황.. 앞으로 팔을 젓고 나아가지만 옆으로 밀려 부표선에 계속 닿는다.
이 때부터 몇번 스트로크에 부표에 걸리면 빠져나와서 다시 역방향으로 스트로크, 다시 부표에 걸리면 역방향으로 스트로크...
다른 꽤 많은 선수들은 조류에 밀리면 부표 안쪽으로 들어와 그냥 앞을 향해 가더라... 소심한 나는 부표 밖으로 안간힘을 써서 나가고 다시 밀려 들어오기를 반복 한다.이 짓을 하며 1회전을 마친다.
2회전 출발 전에 그냥 포기해 버릴까 생각했으나,
전날 동연형님이 1회전을 하면 2회전은 더 쉽다고 하신 말씀이 문득 기억나 이를 악물고 2회전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출발지점에 선식형님이 계신다.
"동록아 37분지났데, 난 그냥 안가려고."
"아~ 평소같았으면 수영이 끝났어야 하는 시간인데 이제 반을 돌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순간 마음이 흔들렸으나
1회전에서 조류 방향도 어느정도 알았고, 숨도 좀 트인 상태라 설마 컷오프 당하겠냐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2회전을 출발한다.
확실히 2회전은 1회전때의 경험으로 라인을 잡고 가니 수월하다. 게다가 1회전에서 얼마나 늦었는지 몸싸움이 없다.
그러나, 1회전에서의 오버페이스로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고, 평소 수영시간의 두배를 넘기면서 멘탈은 이미 가루가 되어있는 상황.
게다가 종아리에 쥐가 올라온다.
오픈워터 수영에서 쥐가 올라오는 상황은 처음이라 엄청나게 당황한다. 부표가까이로 가 카누를 타고 있는 안전요원에게 다리에 쥐가 났다고 말하자 안전요원 왈
"부표 잡고 조금 쉬었다가세요.."
"이사람아 나는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말이었다고...." 그냥 물 밖으로 끌어내 주면 안되겠니?
쥐를 달고 어찌저찌 수영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동호형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록아 아직 컷오프 아니야. 빨리뛰어",
진철형님의 목소리도 들린다.
"괜찮아. 조류가 쎘어 천천히 해"
운영요원의 목소리도 들린다.
"위험합니다! 뛰지말고 걸으세요." (이때 말 잘들었다. 걷지말고 뛸껄...)
사회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제 컷오프 1분 남았습니다."
"젠장..."
좀 빨리 뛰어야 하는데 발걸음이 무겁다. 바꿈터까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바꿈터에 뛰어들어가는 도중 사회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30초 남았습니다."
재빨리 슈트를 벗고 헬멧을 쓰고 클릿슈즈는 손에 들고 자전거 출발점을 향해 뛰어가는 순간.
대회 운영요원의 외침이 들린다.
"여기까지!"
동시에 동호형님의 목소리도 들린다.
"배번!"
뒤돌아 레이스벨트를 집어들고 자전거 출발점을 바라보니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막 출구를 통과하고 있다. 나도 출구를 향해 나아간다. 운영요원이 앞을 막아선다.
뚫고 나갈 수 있다.
뚫고 나가자! 좀 가자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제지 당하고 멈춰서고 만다..
바꿈터 밖에서 클럽형님들, 아내, 같은단지에서 함께 운동하는 형님들이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허탈한 마음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털썩 주저 앉는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얼마를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동록씨 이제 그만 나와" 진철형님의 말씀에 문득 정신이 든다.
1등으로 컷오프, 나의 두번째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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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1. 수영실력이 부족하다.
2. 멘탈이 약하다.(몸싸움에서 물좀 먹었다고 그 이후부터 몸싸움을 피해, 나에게 누가 닿기만 하면 멈춰서서 보낸후 다시 출발했다. 진짜 등신!)
3. 수경에 물이 들어왔다.(첫 대회부터 계속 그랬다! 좀 바꾸자!)
4. 숨쉬기가 약하다.(폐활량을 늘리자)
5. 어깨 근력이 약하다.
6. 자만했다.(대회 일주일 전에도 각종회식과 음주, 더불어 훈련 부족)
대책
1. 매일 새벽 수영훈련
2. 이미지트레이닝
3. 수경교체
4. 파워브리드 구매 및 훈련
5. 주 2회 저녁 웨이트 트레이닝
6. 체중감량(통영대회까지 72Kg 목표, 금주, 야식금지, 식단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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